한국언어학올림피아드 https://krlo.kr Korea Linguistics Olympiad Sun, 17 Nov 2024 12:46:29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6.9.4 https://i0.wp.com/krlo.kr/wp-content/uploads/2024/11/cropped-klo%402x.png?fit=32%2C32&ssl=1 한국언어학올림피아드 https://krlo.kr 32 32 239955317 IOL 2023 참가 수기 – 정원준 https://krlo.kr/iol-2023-jung-wonjoon/ Sun, 17 Nov 2024 12:43:45 +0000 https://krlo.kr/?p=6456 2023년 여름, 불가리아의 작은 도시인 반스코에서 제20회 국제 언어학 올림피아드(이하 IOL)가 성황리에 개최되었습니다. 저는 반스코에 모인 2백여 명의 IOL 참가자들 중 한 명인 정원준이라고 하며, 후일 언어학 올림피아드에 도전할 의향이 있는 모든 학생들을 위해 이 참가 수기를 남겨보려고 합니다. 처음 언어학을 접한 것은 IOL로부터 1년 전, 단순히 아랍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친구가 부러워서였습니다. 몇 달 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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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여름, 불가리아의 작은 도시인 반스코에서 제20회 국제 언어학 올림피아드(이하 IOL)가 성황리에 개최되었습니다. 저는 반스코에 모인 2백여 명의 IOL 참가자들 중 한 명인 정원준이라고 하며, 후일 언어학 올림피아드에 도전할 의향이 있는 모든 학생들을 위해 이 참가 수기를 남겨보려고 합니다.

처음 언어학을 접한 것은 IOL로부터 1년 전, 단순히 아랍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친구가 부러워서였습니다. 몇 달 후, 언어학에 재미를 붙인 저는 지인을 통해 언어학 올림피아드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고, 다시 몇 달 후에는 KLO에 응시하기 위해 모니터 앞에서 필기구를 들고 앉아 있었습니다.

KLO에서 장려상을 수상하고 호기롭게 APLO에 도전한 저는 10등이라는 아쉬운 성적 앞에 실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운 좋게도 제게 추가 합류의 기회가 찾아왔고, 그렇게 저는 한국 대표팀의 일원이 되어 반스코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출발 전까지만 해도 저는 대표팀 내 꼴찌의 APLO 성적으로 어떻게 타국의 쟁쟁한 참가자들과 경쟁할 것인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지만, 반스코에서 열흘을 보내고 대표팀 친구들과 점차 친해지며 IOL의 본질은 경쟁이 아니라 화합에 있다는 점을 강력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반스코로 가는 길에 경유했던 이스탄불 공항에서 만난 홍콩 팀과 몰도바 팀, 대회 기간 동안 친하게 지냈던 콜롬비아 팀과 이스라엘 팀, 그 외에도 이번 IOL을 빛낸 수많은 참가자들과 친교를 나눈 기억이 아직까지도 생생합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꿈 많은 청소년들이 언어학이라는 주제로 하나 되는 모습을 보며 저는 인생에서 제일 행복한 열흘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특히 2백여 명의 참가자들이 “IOL 2023” 모양으로 대열을 이루어 드론으로 사진을 찍었던 개막식 날, 대표팀 친구들과 늦은 밤까지 단체전 문제 풀이를 연습했던 날, 모두가 하나되어 저녁 축제를 즐겼던 마지막 날이 기억에 남습니다. 더불어 개막식 전에 들른 베즈보그 호수에서 머금은 상쾌한 공기와 개인전 다음 날 들른 릴라 수도원의 화려한 전경 그리고 별이 비치는 반스코의 밤하늘에서 조교님들과 찾았던 별자리들까지, 모든 것이 제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올해 저는 아쉽게도 개인전 및 단체전에서 메달을 수상하지 못했습니다. 개인전에서는 자신있는 의미론 문제가 출제되지 않았을 뿐더러 제가 취약한 유형인 문장 번역 문제만 3문제가 출제되었고, 시간 부족에 쫓기다 나머지 문제들도 아깝게 끝내고 말았습니다. 다만 IOL을 준비하고 또 참가하며 알게 된 모든 사람들과 그 과정에서 쌓은 언어학적 소양 및 IOL에서 만든 기억들은 메달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어학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는 과정은 앞선 참가자 분들의 수기가 말해 주듯 다양한 분야에 도움이 될 것이며, 이 수기를 읽는 여러분도 언어학 올림피아드에 언젠가 참가해 천금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하실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첫 참가임에도 대표팀의 자리에까지 올 수 있게 도와주신 모든 사람들, 대회 기간 동안 함께한 대표팀 전원과 조교님 두 분, 심사위원 분들, 자원봉사자 분들, 귀빈으로 참석해 주신 반스코 주지사님과 불가리아 교육부 장관님을 포함해 제가 IOL에서 즐거운 경험을 만들 수 있게 해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그럼 브라질리아에서 열릴 다음 IOL에서는 메달을 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 기대와 함께 이만 조촐한 참가 수기를 마치겠습니다.

2023년 10월 1일
작성 | 정원준
– _____ 재학
– IOL 2023 Bansko 국가대표
– APLO 2022 _____, KLO 2023/24 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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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L 2023 참가 수기 – 소원현 https://krlo.kr/iol-2023-soh-wonhyun/ Sun, 17 Nov 2024 12:43:01 +0000 https://krlo.kr/?p=6451 이번 IOL 2023에 출전한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 2학년 소원현입니다. 저는 중학교 때부터 국어 문법을 배우며 언어학에 대한 꿈을 키워나갔습니다. 저만이 알아볼 수 있는 인공 언어나 문자를 만들어 보기도 했고, 한글 자음을 보며 예사소리와 거센소리, 된소리 간의 관계를 탐구하다 우연히 음운론의 영역에 발을 들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언어를 ‘덕질’하면서 다른 ‘덕후’들과 인터넷으로 언어학에 대한 여러 정보를 나누다가 언어학 올림피아드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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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IOL 2023에 출전한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 2학년 소원현입니다. 저는 중학교 때부터 국어 문법을 배우며 언어학에 대한 꿈을 키워나갔습니다. 저만이 알아볼 수 있는 인공 언어나 문자를 만들어 보기도 했고, 한글 자음을 보며 예사소리와 거센소리, 된소리 간의 관계를 탐구하다 우연히 음운론의 영역에 발을 들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언어를 ‘덕질’하면서 다른 ‘덕후’들과 인터넷으로 언어학에 대한 여러 정보를 나누다가 언어학 올림피아드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것이 저와 언어학 올림피아드 사이의 첫 접촉점이었습니다.

언어학 올림피아드를 알게 된 뒤 KLO 홈페이지에 올라온 언어학 올림피아드의 연습 문제를 풀어보았습니다. 고급 문제 몇 개는 풀이에 손도 못 댄 채로 꼼짝없이 답을 봐야 했지만, 그럼에도 기출 문제를 풀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사그라들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어나 영어와는 너무나도 다른 여러 언어의 생소한 문법, 음운, 의미, 그리고 단어들이 저를 강하게 매료시켰던 것 같습니다. 그 뒤로 언어학에 관심이 생기게 된 것은 물론, 언어학 올림피아드에 직접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쉽게도 중학교 3학년 때에는 개인적 사정 때문에 올림피아드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 KLO가 꽤 늦게 치러진 덕에 올림피아드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금상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제가 기출 문제를 열심히 풀어본 덕도 있겠지만, 첫 참가에서 이렇게 높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것이 상당히 놀랍기도 했습니다.

그 뒤로 KLO 수상자들을 대상으로 한 통신 교육을 받고 새 학년을 시작했습니다. APLO는 KLO와 다르게 답안에 논리적인 설명이 필요했는데, 통신 교육에서 여러 번 연습 문제를 풀고 조교분들에게 답변을 첨삭 받은 것이 논리적 답안 작성에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천운으로 APLO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 대한민국 대표가 되었음을 확인하던 날 남몰래 독서실에서 조용한 환호성을 질렀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마음 한편에는 대한민국이라는 한 나라의 대표로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IOL 기출 문항을 꼼꼼히 분석하는 것은 물론, 겨울 방학 때 실시한 통신 교육의 내용을 복기하며 언어학에 대한 심화 학습을 통해 IOL에 대한 만반의 대비를 다졌습니다.

7월 21일 금요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그 전날 싸놓은 짐을 끌고 잠결에 인천공항까지 갈 때의 분위기는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아마도 싸늘한 새벽 공기 탓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앞으로의 일정을 함께 소화하게 될 동료들을 만나 타국에서 같이 대회를 치른다는 점에 대해 부푼 기대감과 긴장감이 더 컸을 것입니다. 집결 시간인 아침 7시에 인천공항의 카운터 근처에 모여 계시던 조교와 참가자분들을 만났을 때의 기분은 그래서 특히 더 각별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다행히도 다들 언어학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어서 그런지 쉽게 말을 트고 친해졌습니다.

인천에서 이스탄불을 거쳐 소피아로 들어가고, 거기에서 다시 버스를 타서 대회 개최지인 반스코까지 가는 고된 일정이어서 호텔에 새벽 2시에 도착했지만, 머릿속은 다음 날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대회가 바로 시작되지는 않았고 그 전에 반스코 관광 일정이 있었습니다. 반스코의 산을 오르다 뜨거운 자외선에 우스꽝스러운 모양으로 타기도 하고,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이스라엘 등 여러 국가의 대표팀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으며, 저희가 묵는 호텔 근처의 공원에서 다양한 국가의 친구들과 단체 게임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대회 첫날, 개회식 날이었습니다. 개회식이 열리는 강당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여러 나라에서 온 팀원들이 자기들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언어학 올림피아드’가 시작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개회식이 끝나고 호텔로 돌아간 뒤에는 팀원들이 같이 모여서 서로가 출제한 개인전 문제를 풀어보기도 하고, 이번 개인전에는 무엇이 나올지 예측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대망의 개인전 날이 다가왔습니다. 이번 개인전 문제에서는 특히 미지의 언어로 된 문장과 그 번역문을 주고 규칙을 찾는 로제타 스톤 유형의 문제가 많이 나왔습니다. 출전 전에도 충분히 많이 연습해 본 유형이지만, 그래도 문제를 빠르게 확인하며 어떤 문제부터 풀지 전략을 세웠습니다. 특히 마지막 문제였던 5번 수사 문제는 A4 용지 반도 안 되는 짧은 분량에 수사가 5개밖에 주어지지 않아서 처음 문제를 보았을 때는 꽤 당황했지만, 문제 풀이 전략을 꼼꼼하게 세운 덕분에 문제를 효율적으로 풀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팀전은 개인전 이틀 뒤에 열렸습니다. 팀전이 열리기 전날 저희 조의 팀원들과 함께 작년 중세 만주어 문제를 풀어보았기에 대비는 어느 정도 된 상태였지만, 그래도 다들 작년 팀전 대한민국 팀이 금메달을 딴 점을 떠올리며 어느 정도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올해 팀전 문제 언어로는 호주의 무린-파타어가 나왔는데, 오스트레일리아 언어의 특징답게 동사 형태론이 상당히 복잡해서 분석에 애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쉽게도 저희 soym팀은 수상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출전한 namk 팀에서 장려상을 받아 만족스러웠습니다.

개인전 날과 팀전 날의 사이에는 문화 교류의 날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릴라 수도원이라는 곳에 갔는데, 수도원 벽면에 그려진 벽화에 쓰인 글자를 보고 그것이 무슨 문자일지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납니다. 또 개인전과 팀전이 끝나고 난 날의 저녁에는 자유 시간을 가졌는데, 그때 호텔 로비에 모여서 다른 국가의 참가자들과 보드게임을 하기도 했습니다. 일정 중간에 광장에서 민족문화 축제가 열려서 이를 관람하러 나가기도 하고, 곳곳마다 있는 기념품점에서 다양한 기념품을 사거나 팀원들끼리 십시일반 돈을 모아 불가리아의 매점에 군것질거리 쇼핑을 나가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기념품은 서점에서 구매한 ‘어린 왕자’ 불가리아어판이었습니다.

그렇게 모든 대회가 끝나고 마침내 폐회식 날, 개회식이 진행되었던 바로 그 강당에 앉아 떨면서 기다리던 기억이 납니다. 장려상부터 발표한 뒤 동메달, 은메달, 금메달 순으로 발표하는 방식이었는데, 동메달을 전부 부르고 은메달, 심지어 금메달 목록을 부르는 중에도 제 이름이 불리지 않아서 마음속으로는 그래도 첫 출전인데 이 정도면 잘한 것이라고 체념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제가 금메달을 수상한 데다가, 전체 3위로 호명된 것을 인지했을 때는 제가 어떻게 단상 위로 올라갔는지 잊어버릴 정도로 무아지경이었습니다. 집에서 온라인으로 폐회식을 지켜보시던 부모님도 이 부분에서 하필 인터넷 문제로 영상이 끊겨서 결국 제가 단상에 올라가는 장면은 현장에 있던 분들만이 기억하게 되었겠네요. 강당을 나서며 불가리아의 따스한 오후 햇살을 받았을 때의 짜릿한 기분은 아직도 생각납니다.

폐회식 이후에도 저희는 조금 더 자유 시간을 보내다가 호텔 근처 공원에서 모든 참가자가 함께 저녁을 먹는 시간을 가지고 해산했습니다. 다음 날 새벽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소피아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한편으로는 홀가분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가리아를 떠나게 되어 아쉬웠습니다. 동시에 대회 장소에서는 잊고 있었던 한국에서의 여러 학업 고민 역시 다시 스멀스멀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누가 무어라 해도, 이번 방학에서 가장 값진 일주일을 꼽으라면 저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이번 언어학 올림피아드가 진행된 일주일을 고를 것 같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개인전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 장려상 1개, 그리고 팀전에서 장려상 1개라는 우수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렇게 우수한 성과를 거두게 된 데에는 팀원 여러분 개개인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저희를 물심양면 지원해 주신 부모님들, 저희를 현지에서 잘 지도해 주신 조교분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국 참가자들 사이의 단합력과 시너지가 가장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감히 생각해 봅니다. 언어학 올림피아드에, 또는 언어학 그 자체에 흥미를 느끼고 이 수기를 읽고 계신다면, 저는 여러분들에게 평생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언어학 올림피아드의 참가를 권해 드리는 바입니다. 세계 각국의 여러 청소년과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며 논리력과 사고력을 함양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은 쉽게 찾아오지 않지만 분명 그만큼 값질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관심과 열정을 언제나 응원합니다.

2023년 10월 1일
작성 | 소원현
– _____ 재학
– IOL 2023 Bansko 국가대표
– APLO 2022 _____, KLO 2023/24 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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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L 2023 참가 수기 – 이규화 https://krlo.kr/iol-2023-lee-gyuhwa/ Sun, 17 Nov 2024 12:42:09 +0000 https://krlo.kr/?p=6449 안녕하세요, 불가리아의 반스코에서 개최된 2023 국제 언어학 올림피아드에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참가한 서울과학고 2학년 이규화라고 합니다. IOL에서 제가 겪었던, 또 느꼈던 것들을 이 수기에 담아 공유합니다. 언어학 올림피아드의 존재는 유튜브 향문천 채널 등을 통해 그 이전부터 대략이나마 알고 있었지만, 언어학 올림피아드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되고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은 작년이었습니다. 친한 학교 선배가 추천해 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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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불가리아의 반스코에서 개최된 2023 국제 언어학 올림피아드에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참가한 서울과학고 2학년 이규화라고 합니다. IOL에서 제가 겪었던, 또 느꼈던 것들을 이 수기에 담아 공유합니다.

언어학 올림피아드의 존재는 유튜브 향문천 채널 등을 통해 그 이전부터 대략이나마 알고 있었지만, 언어학 올림피아드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되고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은 작년이었습니다. 친한 학교 선배가 추천해 준 것이 계기였는데, 단순히 ‘퍼즐 같고 재밌으니까’ 시작했던 그 언어학 올림피아드가 지난 한 해 동안 제게 가장 특별하고 잊을 수 없는 경험들을 가능케 해 주었습니다.

불가리아 반스코에서 보낸 일주일은 정말이지 꿈만 같았습니다. 우리나라 국가대표들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국가대표들과 팀 리더 분들, 운영자나 출제자 분들까지 다양한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개성 넘치고 한 나라를 대표할 자격을 충분히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생각을 나누고, 함께 웃고, 추억을 쌓아갔습니다. 불가리아에서 다른 나라 참가자들과 만든 수많은 기억들을 하나하나 풀어내고 싶지만, 그때의 기억들 말고도 수기에 이야기할 것은 많으니 지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하나만 간단히 적겠습니다.

IOL에 참가하기 몇 주 전, 다른 대한민국 국가대표 분이 저와 이야기하다 번데기를 챙겨가면 재밌을 것 같다는 말을 지나가듯이 했습니다. 번데기 이야기를 처음 꺼낸 그 국가대표 분에겐 농담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저는 번데기라는 아이디어가 다른 나라 참가자들에게 강렬한 기억을 선사하기 위한 완벽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한국에서 번데기를 몇 캔 챙겨갔고, 대회 개최 전 오리엔테이션 날 점심시간에 일본 대표팀과 브라질 대표팀 앞에서 한 캔을 따고 말았습니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지요. 서로서로 새로운 시도를 권유해 보는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바퀴벌레도 아니고 이게 뭐냐는 말부터, 생각보다 먹을 만하다는 말까지 다양한 리뷰들을 주더군요. 팀전 전날 저녁에도 한 번 더 까려고 생각했지만 사람이 할 짓이 아닌 것 같아 생각으로만 남겨 두었습니다. 그렇게 남은 번데기는 제가 간식으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하필이면 가장 먼저 떠오른 이야기가 국경을 초월하여 언어학에 대한 관심을 공유한 이야기 같은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서도 호불호 갈리기로 유명한 음식을 외국 분들에게 먹이려고 시도한 이야기인 게 맞나 싶지만 그만큼 언어학 올림피아드를 딱딱하지 않은, 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의 대회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번데기 소동 말고도 IOL에서 쌓은 소중한 추억들이 많지만, 역시 그 중심에 있었던 IOL 참가자 분들, 또 팀 리더 분들, 출제자 및 운영자 분들 등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갈 수는 없겠습니다. 한국어의 언어학적 특징들을 줄줄이 꿰고 있어 우리나라 국가대표들까지 놀라게 한 홍콩의 Henry, 제가 에스페란토 공부를 조금만 더 했다면 더 친해질 수 있었을 에스페란티스토 분들- 러시아의 Artjom, 스위스의 Luca, 에스토니아의 Orlando, 번데기에 당하시고도 만날 때마다 friend라고 정겹게 불러 주시던 브라질 팀 리더 분, APLO 합동 트레이닝 때 온라인으로 인사 나눈 연을 잊지 않아 도착한 날 밤에 저를 만나겠다고 호텔까지 찾아와 준 우크라이나의 Denys와 다른 우크라이나 대표팀 구성원들, 음악 취향이 비슷해서 아직까지도 종종 연락해서 노래 추천해주는 일본의 Ryusei, 그리고 공항에서부터 함께하며 가장 많은 추억을 쌓은 우리나라 대표팀까지. 맘만 같아선 그곳에서 만난 이들을 한 분 한 분 전부 이야기하고 싶지만 글을 한도 끝도 늘릴 순 없어 이만 줄여야겠네요. 언급한 분들 말고도 참 좋았던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수기를 쓰다 보니 새삼스레 그들이 그리워집니다. 내년 브라질리아에서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요.

APLO에서 0.5점 차로 8위를 놓쳤다가 다른 참가자 분의 IOL 참가 포기 선택으로 추가 합격하는 등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대한민국의 국가대표란 이름을 달고 다른 나라로 향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꿈도 꾸지 않았던 성과와 함께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정말 감사하기만 할 따름입니다. 아직까지도 스스로의 실력으로 국가대표가 된 것이 아닌 것 같아 조금 떳떳하지 못한데, 오히려 그렇기에 남은 1번의 기회, 2024년 브라질리아로 향하는 기회에는 더욱 열심히 임해서 더욱 좋은 성적으로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23년 10월 1일
작성 | 이규화
– _____ 재학
– IOL 2023 Bansko 국가대표
– APLO 2022 _____, KLO 2023/24 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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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L 2023 참가 수기 – 김재현 https://krlo.kr/iol-2023-kim-jaehyeon/ Sun, 17 Nov 2024 12:39:59 +0000 https://krlo.kr/?p=6447 국제 언어학 올림피아드를 참가한 것은 인생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쉽게 수상하지 못했지만 2023 반스코 국제 언어학 올림피아드에서 대한민국 참가자들이 개인전 금1 은1 동1 장려1 단체전 장려1과 같이 좋은 성적을 내준 것이 그나마 뿌듯했습니다. 불가리아 현지에 와서 외국 친구들도 만나고 놀기도 하고 대한민국 참가자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어서 좋았고 문화탐방을 하면서 좋은 여행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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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언어학 올림피아드를 참가한 것은 인생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쉽게 수상하지 못했지만 2023 반스코 국제 언어학 올림피아드에서 대한민국 참가자들이 개인전 금1 은1 동1 장려1 단체전 장려1과 같이 좋은 성적을 내준 것이 그나마 뿌듯했습니다. 불가리아 현지에 와서 외국 친구들도 만나고 놀기도 하고 대한민국 참가자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어서 좋았고 문화탐방을 하면서 좋은 여행이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이러한 큰 대회에 참여해보고 ‘언어학’이라는 학문을 맛보면서 느꼈던 점을 저는 생각해보았고 이 글에 제가 어떻게 국제 언어학 올림피아드에 참여하기까지 왔고 언어학 올림피아드에 대한 제 생각을 담아보았습니다.

언어학 올림피아드를 알게 된 것은 2022년 여름방학에 우연히 ‘향문천’ 유튜버의 언어학 올림피아드 영상에서였습니다. 그리고 한국언어학올림피아드 자료실에 가서 연습문제를 풀어보았고 퍼즐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으면서 사전지식 없이도 풀렸습니다. 게다가 난이도도 다양해서 입맛에 맞게 문제를 풀 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언어’에 대해서 조금 관심을 가졌고 언어학 올림피아드에도 관심을 가져 한국언어학올림피아드 시험을 보고 장려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후 이듬해 4월 아시아태평양언어학올림피아드를 보았다. 시험을 보기 전 학교 시험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열심히 기출문제를 풀었습니다. 그럼에도 시험을 본 직후에는 국가대표 8인에 들 가망성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4월 23일 일요일 아침에 선발이 된 것 같은(?) 문자를 받았고 아주 기쁜 목소리로 엄마를 불렀습니다. 평소에 부모님께서는 일요일마다 항상 교회를 가시지만 나는 아주 가끔 갑니다. 그날에는 부모님을 따라 교회에 갔고 국제 언어학 올림피아드 참가에 대해 큰 축하를 받았습니다.

솔직히 이때야 언어학 올림피아드를 알게 된 게 많이 아쉬웠습니다. 고등학생이 되어 바쁘기도 하고 언어학 올림피아드에 쓸 시간이 많이 없기도 하고 옛날부터 알았다면 언어학 올림피아드에 많이 참여해보고 점차 실력을 쌓아 결국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런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아 저는 다른 누군가는 저의 후회를 또다시 겪는 것을 막기 위해 이 대회를 주위에 많이 알리고자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친구들한테 이런 대회를 소개하거나 언어학 동아리를 개설하는 등 이 대회를 최대한 퍼드렸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막상 참여하는 친구들은 많이 없었습니다. 언어학 올림피아드가 이름부터 ‘언어학’을 담고 있어 문과적인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고 그렇지 않더라도 머리 좋은 사람들의 영역으로 취급하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언어학 올림피아드가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언어학 올림피아드의 모호함 때문도 언어학 올림피아드 참여율 저조에 이바지할 것입니다.

이런 점을 당장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저는 점차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사실 한국 언어학 올림피아드가 생긴지 생각보다 얼마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참여율이 아직 적은 것일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율도 어느 정도 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놓입니다. 그래도 좀 더 언어학 올림피아드가 널리 알려지고 언어학 올림피아드 관련 대회들이 많이 늘어났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국제 언어학 올림피아드 참가 수기에 갔다온 느낀 점 보다 다른 말을 더 많이 쓴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도 이런 기회를 갖게 하고 싶어 언어학 올림피아드가 널리 퍼졌으면 하는 소망을 담아보았습니다. 언어학 올림피아드가 사전지식 없이도 풀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고 너도 나도 언어학 올림피아드에 도전해보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23년 10월 1일
작성 | 김재현
– _____ 재학
– IOL 2023 Bansko 국가대표
– APLO 2022 _____, KLO 2023/24 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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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L 2022 참가 수기 – 이상준 https://krlo.kr/iol-2022-lee-sangjun/ Sun, 18 Sep 2022 11:59:00 +0000 https://krlo.co.kr/?p=4751 제게 믿을 수 없는 날이 다가왔을 때는 4월 중순이었습니다. 아시아태평양언어학올림피아드(APLO) 시험을 치고 나서 성적이 발표되기 1주 전이었고, 중간고사가 시작되기 이틀 전인 토요일 오후에 갑작스레 문자가 왔습니다. “[한국언어학올림피아드]”로 시작하는 문자였고, 링크를 클릭해서 내용을 보자마자 저는 저희 반 교실을 축제 분위기로 만들었습니다. (기숙학교에 다니고, 또 2주마다 한번씩 귀가를 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있게 되었습니다.) 예선전이었던 한국언어학올림피아드(KLO)와 본선전이었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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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L 선발 안내 문자 (4. 16.)

제게 믿을 수 없는 날이 다가왔을 때는 4월 중순이었습니다. 아시아태평양언어학올림피아드(APLO) 시험을 치고 나서 성적이 발표되기 1주 전이었고, 중간고사가 시작되기 이틀 전인 토요일 오후에 갑작스레 문자가 왔습니다. “[한국언어학올림피아드]”로 시작하는 문자였고, 링크를 클릭해서 내용을 보자마자 저는 저희 반 교실을 축제 분위기로 만들었습니다. (기숙학교에 다니고, 또 2주마다 한번씩 귀가를 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있게 되었습니다.) 예선전이었던 한국언어학올림피아드(KLO)와 본선전이었던 아시아태평양언어학올림피아드(APLO)를 모두 부족한 시간 탓에 하루 전부터 준비했던지라, 예선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하고도 다음 기회를 마지막에서 두 번째로 얻었다는 사실은 예상 바깥의 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때도 영국과 맨섬에서의 날을 꿈으로 꾸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8월에 이르기까지 제가 마주했던 것들을, 두서가 없을지라도 조금은 남겨보고픈 마음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참가 수기보다 영국 기행에 가까운 글일지 모르겠지만, 열하루를 녹여낸 글이 조금이나마 먼 땅의 이야기를 나누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두서 없이 수기 아닌 수기를 적어 내려가봅니다.

저는 사실 언어학에 대해서는 조금 관심만 있었을 뿐, 결코 잘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국가대표단으로 만난 다른 분들을 보니 이제는 좋아한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도 싶습니다. 대회를 마치고 오니 저의 앎과 경험이 너무나 한정되었음을 뼛속까지 느낍니다. 조교님께서 말씀하시듯이 “언어는 곧 문화의 산실이며 상징권력”임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탐구를 소홀히 했었습니다. 언어학 올림피아드를 나가면서도 남들만큼 언어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알던 것들을 다시 끌어오기에만 바빴고요. 조교님께서 카톡으로 남기신 편지에는 이어서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때로는 힘에 희생당할 정도로 유약하지만, 역으로 절대 굴복시킬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시스템도 붕괴시킬 수 있는 것이 언어인 것 같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언어학에 대한 열정을 크게 느낀 때는 외국에서보다도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였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언어학적 사고 비스무리한 생각을 했던 것은 초등학교 졸업과 중학교 입학 전후에 영어 단어의 어원을 찾으면서였고, 조금씩 비슷한 단어들을 가져와 보며 이미 다른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이 찾았을 언어의 유형과 차용어 알아보기 같은 활동을 했을 때로 기억합니다. 본격적으로 무언가를 해 보기 시작했던 것은 인도유럽조어(PIE) 이야기를 우연히 알게 되고, 또 여러 인공어를 접한 이후였습니다. 저도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언어체계를 스스로 만들어 보기도 하고, 학교 국어시간과 영어시간에 언어학적 사고를 끄집어내보려 노력하던 일들이 깊이는 얕았지만 적어도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있던 일이 아니었을지 생각해 봅니다. 그 바깥에도 문법적 성, 젠더와 말하기 습관, 정치적 올바름(PC) 운동을 비롯한 사회언어학의 측면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던 것이, 비록 탐구의 열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어도 언어학적인 사고를 멈추지 않으려 했던 노력이었음을 되돌려 봅니다.

다시 APLO에서 IOL 사이의 기간으로 돌아와 보면, 대회보다도 그 앞에 붙어 있던 여행 일정에 들떠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올해는 대회 전 며칠동안 런던과 옥스퍼드를 다니며 많은 것들을 보았는데, 6월에 발표된 여행 계획은 바쁜 일정에 시달리던 제 마음을 달래 주었던 것 같습니다. 7월 초 이른 방학을 맞고 비행기가 뜰 날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제 가슴은 훨씬 부풀게 되었고, 그렇게 여행가방에 짐을 싸면서, 가끔씩 올라오는 언어학 이야기에 재미를 느끼기도 하면서, 날짜가 저도 모르는 새에 넘어가는 듯 보였습니다. 여행 전날 6시 정각에 맞추어 말을 놓기로 한 제안과 그 뒤로 이어진 자기소개, 서로 공유할 수 있었던 이야기보따리를 열어보며 같이 웃었던 2시간 반의 채팅 기록은 종종 생각날 때면 다시 내려보기도 합니다. (6시가 되기 20분 전에 그 제안이 올라왔었는데, 다시 그 이야기를 꺼내 보면 3년 전의 일 같다고 회자되었던 것 같습니다.)

카카오톡 대화로만 이야기를 주고받던 저희가 만난 곳은 인천공항이었는데, 화면상으로만 말하던 사람들이 눈앞에 나타나니 다시 어색해져 반말을 하던 사람끼리 다시 존댓말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같이 사진을 찍고 통성명을 하며 친해져 보려는 노력을 했던 기억은 있던 것 같습니다. 그 뒤로 복잡한 출국 절차를 거쳐 열네 시간의 긴 비행을 하고, 지친 몸을 이끌어 호텔에 도착하기까지의 길들이 지금도 선명하게 보입니다. 영국에 도착한 첫날만 해도 열흘 뒤에 더 있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며 헤어질 것은 생각하지 못했지요.

푹신한 침대에 엎드려 있다가 눈 깜짝할 새에 잠이 들어버린 날들을 뒤로 하고, 지하철을 타며 런던의 온갖 곳을 돌아다니던 사흘을 생각해 봅니다. 영국으로 같이 날아온 아홉 사람을 이끌어주시던 조교님이 아니었다면 생각하지 못할 여행이었던 것 같은데, 셀룰러 신호가 잡히지 않던 지하에서 서로 엇갈렸던 때나 열차 문이 열리지 않아 내리려던 곳에서 한 정거장을 더 갔던 일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때 조교님께서 호텔을 지나쳐 그 역까지 걸어와 주신 일은 감동이었고요…) 걸었던 곳들의 이야기는 사진으로 갈음할 수 있다고 하지만, 같이 먹고 걸으면서 나눴던 이야기들은 글에 담기가 너무도 어려웠습니다. 각자 다니는 학교가 어떤지 물어보기도 하고, 언어학을 소재로 말하기도 하다가, 며칠이 지나서는 고민까지도 들어줄 정도로 사이가 가까워졌던 것 같더군요.

옥스퍼드를 갔다가 돌아온 사흘째의 밤에는 단체전 연습을 한번 했는데, 여행에 정신이 팔렸던 저로서는 3시간의 모의 연습이 쉽지 않았습니다. 호텔 로비에 앉아 배달된 저녁을 먹으면서 음운론에 관한 문제 하나를 풀었는데, 쉽게만 생각했던 음운론의 세계가 험난하고 가파른 절벽이었다는 사실을 몸소 느끼게 되었지요. 또 한편으로 맨섬에 가기 전까지 누구도 알 수 없었던 점이, 여행 중 런던에 비가 한번도 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대회가 끝난 지금에 와서는 비가 제 답안지가 아닌 런던에 왔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도 보지만, 그래도 그 덕에 어려움 없이 런던 시내를 잘 다녔던 듯합니다.

맨섬 공항에 내린 뒤 처음 마주했던 표지판. 이곳에서부터 공항이 아주 작았음을 실감했습니다.

작디작은 비행기를 타고 맨섬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추적추적 내렸습니다. 폐막식 때 들은 이야기로는 맨섬을 지키는 신이 IOL 대표단을 경계의 대상이 아닌 손님으로 맞아 주어서 월요일부터 하늘이 개었다고 하는데, 공교롭게도 폐막식이 끝나고부터 토요일까지도 비구름이 맨섬 하늘을 삼키니 맞는 이야기인 듯싶습니다. 같은 비행기에서 내린 브라질 팀과 사진을 찍고, 호텔에서는 브라질 팀과 스위스 팀과 수다도 떨어 보며 국제대회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느낌을 하루만에 알 수 있었습니다. 스위스의 국가대표 선발전에 한국 동요 ‘곰 세 마리’가 나왔다는 이야기에 놀라도 보고, 제 영어가 생각보다 좋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하며 맨섬에서의 첫날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월요일의 개막식과 화요일의 개인전은 각기 다른 면에서 충격을 주었습니다. 개막식이 웃음으로 충격을 주었다면 개인전 문제들은 그 난도와 언어적 특성이라는 다른 방향으로요. 6시간동안 풀어도 다 풀지 못할 문제들을, 그리고 그 사어와 사멸위기언어 들을 찾아서 정리하신 출제자 분들께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합니다. 하지만 개인전이 끝난 날 저녁에 있었던 콘서트에서 다같이 흥에 겨워 춤을 추기 직전에, 6시간의 대장정을 “cracking codes”라고 표현하신 악사 분의 말도 적잖이 기억에 남던 것 같습니다. 언어학 올림피아드의 컨셉을 정확히 말하면서도 그 다섯 문제를 그렇게 두 단어로 일축하리라곤 생각을 하지 못해서겠지요. 점점 빨라지는 템포로 많은 사람들이 분위기에 취해 가면서 춤을 출 수 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끝날 때쯤에서야 가운데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게 아쉽기는 하지만, 일요일의 대화와 큰 방 2개를 고사장으로 쓰는 화요일의 일에 이어 국제대회가 무엇인지 다시금 알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한편 단체전이 끝난 목요일에도 춤을 추기는 했었는데, 그때는 가운데로 들어가려고 하다가 무언가 복잡해지는 낌새에 뒤로 도망을 갔던 장면이 머릿속에 아직도 살아 있더군요.

수요일의 모노폴리 관전.

이렇게 정신없을 IOL 기간 와중에도 한국 팀을 묶은 또 하나의 역병(?)이 하나 있었습니다. 퍼즐을 사랑하던 한 팀원이 하던 게임을 언제부턴가 저희 모두가 하게 되어 그 게임으로 금요일까지 재밌게 놀았던 기억이 있네요. 조건에 맞게끔 그리드에 벽을 채우는 간단한 퍼즐이었는데, 다른 나라 팀과의 교류를 뒷전으로 해 놓고도 한자리에 앉아서 즐길 정도였으니 조교님께서 ‘역병’이라고 표현하셨던 것이 거짓말이 아니었습니다. 덕분에 한국 팀끼리는 공동의 이야깃거리가 하나 더 생기게 되기도 했지요. 다른 놀거리로 문화 체험을 했던 수요일 저녁에 몇 명끼리 모여 했던 맨섬판 모노폴리도 즐기면서 보았고(저는 중간에 들어왔던지라 관전을 했었는데, 관전만으로도 충분히 웃음배는 채우기 좋았습니다), 금요일 저녁쯤에는 세계일주를 테마로 한 보드게임을 직접 하기도 해 보면서 작은 게임들로도 며칠을 즐겁게 보냈습니다.

시험이 없던 때에는 걷고 대화하면서 맨섬 곳곳을 돌아다녔습니다. 워낙에 작은 섬이었어서 4차선 이상의 도로를 보기 힘들었는데도, 수많은 볼거리가 있었다는 데에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마저도 북쪽 절반은 시간상 갈 수 없었더니 더욱더요. 가는 곳마다 마치 300년 전을 보는 듯한 풍경이 펼쳐졌고, 성 안에 있을 때는 그보다도 훨씬 옛날의 맨섬을 그려보았습니다. 목요일 오후 단체전이 끝나고 갔던 러션성(Castle Rushen)을 나오면서는 단체사진을 찍으며 성에 우끄라이나 깃발과 함께 IOL 깃발이 걸린 것을 보았고, 개막식이 끝난 뒤에는 맨섬의 깃발 사이에 IOL의 것이 하나 놓여 있는 일도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맨섬 속에서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였다는 사실을 다시금 자각하며 섬에서 “IOL”이라는 대회 이름을 꽤 자주 되뇌던 것 같습니다.

러션성에서 찍은 단체사진. 위쪽에는 우끄라이나의 국기와 이번 IOL의 깃발이 나란히 있습니다.

언어학 올림피아드의 묘미라고 하는 단체전은 다른 대회들과 달리 말하면서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 밖에도 여러모로 재미있고 흥미로운 점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장장 아홉 페이지에 달하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문제, 4명이서 작업을 분배하고 문제를 풀고 간식을 나누는 4시간동안 그렇게 집중했던 경험은 여태까지 해볼 수 없었습니다. 간식 꾸러미를 꺼내놓고 시험지가 든 봉투 겉면에 “답안 이외의 내용은 필요하지 않으며, 채점되지도 않는다.”라는 문구를 읽자마자 놀란 10시 30분부터, 가능한 답안을 어떻게든 적어내려고 했던 14시까지 한시도 긴장을 놓지 못했던 것 같군요. 이렇게 하루를 태워 가며 보내다 보니 호텔에 들어와서 씻기도 전에 잠이 들어 버리는 날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쏜살같이 지나가는 시간을 잡으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마음같이 안 되었습니다.

폐막식에서 문제의 해설을 발표할 때는 적어냈던 규칙들이 하나하나씩 비껴나가는 순간을 아주 많이 마주했습니다. 언어학을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사고방식은 다양화시키지 못해 유럽적으로 머물러 있었기에, 생각을 바꾸어 풀 수 있던 많은 부분을 놓첬던 것입니다. 처음 보는 기호에 당황해서 다른 사람들이 모두 쉽게 푼 것을 풀지 못하기도 했고, 소재가 생소해 접근조차 어려웠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랬기에 개인전 시상식에서 이름이 불리지 않았을 때에는 아쉽지만 당연한 결과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한국 대표단 사람들이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을 보면서도, 저 개인적으로는 이번 IOL에서 ‘노력요함’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캐슬타운에 있는 학교로 돌아와 금요일 저녁에 있었던 가라오케 행사를 멀찍이서 지켜보면서, 다른 나라 사람들과도 어느 정도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팀원들과 같이 다닌 덕에 만난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더 편하게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다음 해에는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반쯤 아쉬운 마음으로 한국행 비행기를 탔던 것 같습니다. “해산”을 외칠 때에도 발이 떠나지지 않아 조금이라도 더 이야기하다 가려고 했고요.

열하루를 함께하고 도합 24시간을 넘는 비행을 같이했던 한국 대표팀에도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온 열한 사람, 맨섬에서 만났던 다른 조교님들까지 포함하면 열넷이 함께 다니면서 다른 길을 지나온 분들의 대단함을 먼저 피부로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인천에서 다시 인천까지 이르는 길에 좋은 사람을 너무도 많이 만났고, 또 부족한 저에게 많은 도움과 격려를 주셔 어떻게도 온전히 전할 수 없는 감사의 인사를 이 자리를 빌려 다시 드립니다. 여러 사람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것을 보았습니다. 다른 분들의 손길이 없었더라면 이리 잊을 수 없는 경험은 얻지 못했을 성싶습니다.

2022년 9월 1일
작성 | 이상준
– 대전과학고등학교 1학년 재학
– IOL 2022 Isle of Man 국가대표 (말 팀), 단체전 장려상
– APLO 2022 동메달, KLO 2022/23 장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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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L 2022 참가 수기 – 육준형 https://krlo.kr/iol-2022-yook-jun-hyeong/ Sun, 18 Sep 2022 11:58:00 +0000 https://krlo.co.kr/?p=4750 언어학 올림피아드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2019년, tvn에서 방영한 ‘문제적 남자’에서였습니다. 평소에 언어학에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스도쿠와 같이 논리사고력을 요구하는 퍼즐을 즐겨 풀어 왔습니다. 출연한 학생이 소개한 바에 따르면 언어학 올림피아드에서 제시하는 문제의 유형이 이와 유사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특히 과학 올림피아드임에도 불구하고 언어학에 대한 배경지식을 크게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사교육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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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 올림피아드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2019년, tvn에서 방영한 ‘문제적 남자’에서였습니다. 평소에 언어학에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스도쿠와 같이 논리사고력을 요구하는 퍼즐을 즐겨 풀어 왔습니다. 출연한 학생이 소개한 바에 따르면 언어학 올림피아드에서 제시하는 문제의 유형이 이와 유사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특히 과학 올림피아드임에도 불구하고 언어학에 대한 배경지식을 크게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사교육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어려운 개념이나 문제 풀이 팁과 같은 사전지식이 결과를 좌우하지 않고 순수한 두뇌의 능력, 추론력과 문제해결력으로만 실력을 겨루는 대회였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연습문제를 풀고 해설을 찾아보면서 언어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언어마다 단어나 어순, 문법 구조가 다른 것은 물론이고 사고의 체계인 개념 범주까지 다르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여타 퍼즐에서는 맛볼 수 없는 색다른 즐거움을 느꼈고 언어학 올림피아드에 깊게 빠져들었습니다.

중학교 때까지는 대회 참가에는 생각이 없었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학교에 언어학 동아리가 있음을 알게 되자 의욕이 생겼습니다. 저의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그 동아리의 부장을 맡고 있었기에 저 역시 그 동아리에 가입하였고, KLO에서 은상을 수상하여 APLO 참가 자격을 얻었습니다. 이때까지는 문제 풀이나 언어학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였는데, 통신교육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음운론부터 시작해 화용론까지 언어의 층위를 따라가며 언어에 존재하는 다양한 특질을 알게 되었고, 매주 열 개 가량의 연습문제를 풀면서 문제 풀이 실력도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습니다. 특히 KLO와 달리 APLO부터는 풀이 과정을 써야 했는데, 규칙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알아보기 쉽게 표의 형태로 나타낸 후 조교님들께 이에 대한 첨삭을 받는 과정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APLO는 확실히 문제의 호흡도 길고 정보량도 많아서 힘들었습니다. 저는 한 문제를 완벽히 분석하는 것은 어렵기에, 조금씩이더라도 많은 문제를 분석하자는 마음으로 대회에 임했습니다. 그 결과 5개 문제에서 모두 조금씩 부분 점수를 받을 수 있었고, 특히 4번 문제였던 수사 문제에서 점수를 많이 획득하여 2위로 IOL 출전권을 얻게 되었습니다. IOL까지는 약 세 달 정도 남은 상황이었지만 고3이라는 신분 탓에 학교 공부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름방학이 시작하고 영국으로 떠날 때까지 강의자료와 기출문제를 다시 돌려보았습니다.

유럽에 가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대회보다는 여행을 간다는 기분으로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친구들을 처음 만났을 때는 굉장히 어색했지만 개인전 전에 먼저 다같이 시내 구경을 하니 훨씬 친해질 수 있었고, 서로 말도 트면서 화목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만약 서로 친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회를 먼저 진행했다면 서로 어색한 존댓말로 소통하는 과정이 얼마나 힘겨웠을지 상상이 됩니다. (어쩌면 이 점이 이번 한국 대표팀이 실적이 좋은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ㅎㅎ) 맨섬에 도착해서 대회를 진행하는 동안에서도 세계 각국의 학생들과 교류하며 친분을 쌓는 순간순간이 행복하고 마음에 깊이 남아있습니다.

IOL 문제는 확실히 APLO보다도 어려웠고, 심지어 자신 있었던 수사 문제가 나오지 않아 당황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여러 문제를 건드려보자는 생각으로 임했더니 3개의 문제를 풀었고, 나머지 2개의 문제에서 일부 규칙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운이 좋으면 은메달정도 타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전혀 예상 밖의 성적인 세계 2등으로 금메달을 타게 되어 매우 뿌듯했습니다. 게다가 놀랍게도 팀전에서도 1등을 하였습니다. 1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정말 힘들었지만 그 노력이 보상받는 순간이었습니다. 시상대 위에서 태극기를 펼쳐든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친구들과의 영국 여행, 외국 학생들과의 교류, 그리고 언어학 올림피아드까지 모든 순간에서 이번 10일간의 일정은 저에게 절대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언어가 사람들 간 의사소통의 수단이듯, 언어학 올림피아드 역시 경쟁을 위한 대회가 아니라 세계와 소통하고 화합하는 교류의 장입니다. 언어학이 진로가 아닌 학생이더라도 이 대회에서 배울 수 있는 논리력, 추론력, 사고력은 자연과학이든 사회과학이든 어떤 분야에서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도 이 대회를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닫고, 배우셨으면 좋겠습니다.

2022년 9월 1일
작성 | 육준형
–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 3학년 재학
– IOL 2022 Isle of Man 국가대표 (말 팀), 개인전 금메달(전체 2위)
– APLO 2022 은메달, KLO 2021/22 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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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L 2022 참가 수기 – 김강래 https://krlo.kr/iol-2022-kim-gangrae/ Sun, 18 Sep 2022 11:56:28 +0000 https://krlo.co.kr/?p=4770 2022년 국제 언어학 올림피아드에 참가했던 서현중학교 3학년 김강래입니다. 작년 대회는 라트비아 벤츠필스에서 개최되었어야 했으나 결국 불발되었고, 대신 국내에서 1박 2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쉬움과 섭섭함이 남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에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4월 아시아 태평양 언어학 올림피아드는 원격이 아니라, 실제 시험장에서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국가대표 자격을 다시 갖게 되고, 올해 대회가 맨섬에서 대면으로 개최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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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국제 언어학 올림피아드에 참가했던 서현중학교 3학년 김강래입니다. 작년 대회는 라트비아 벤츠필스에서 개최되었어야 했으나 결국 불발되었고, 대신 국내에서 1박 2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쉬움과 섭섭함이 남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에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4월 아시아 태평양 언어학 올림피아드는 원격이 아니라, 실제 시험장에서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국가대표 자격을 다시 갖게 되고, 올해 대회가 맨섬에서 대면으로 개최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정말 기뻤습니다.

열흘 가량 영국 런던과 맨섬에서 여행을 다니고, 시험을 보고, 다른 나라에서 온 참가자들과 친목을 다졌던 모든 일이 지금 생각하면 꿈만 같습니다. 맨섬에 도착하기 전에 친해져야 단체전을 잘 해 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번 대한민국 대표팀은 시험에 앞서 런던 시내를 여행하며 내셔널 갤러리, 대영박물관, 타워 브리지 등 이름 있는 장소들을 방문했습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레미제라블 뮤지컬을 관람했던 때였습니다! 며칠이었지만 몇 주를 다닌 것처럼 밀도 있는 일정이었고, 원없이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른 참가자들과도 많이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맨섬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다른 나라의 대표팀과 조우했습니다. 정말 국제 언어학 올림피아드가 이곳에서 열리는구나, 실감이 되었습니다. 런던에서의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갔듯이, 맨섬에서의 시간 역시 재빠르게 사라졌습니다. 기차를 타고 갈 때 초원 위 가득하던 양과 소, 버스를 타고 갈 때 유리창에 부딪혀 큰 소리를 내던 나뭇가지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데 말입니다.

교포분들을 만난 것도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캐나다와 호주에서 오셨던 그 두 분이 하셨던 한국어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특히 캐나다의 두 팀과 에스토니아 팀에게 고맙습니다. 팀 리더분들이 저를 알아보실 만큼, 저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 주었습니다. 시상식이 있던 그날, 단체전의 결과에 기뻐해 주며 전통적인 방식으로 저를 축복해 준 카자흐스탄 팀에게도 고마움을 갖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연락하는 친구들입니다.

이번 방학, 최고의 열흘을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저인 것 같습니다. 아마 평생의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을 값진 기억이자 경험이겠습니다. 런던과 맨섬에서 동행해 주신 팀 리더 두 분과 옵저버 서너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재밌는 문제를 풀 수 있게 만들어 주신 문제 제작자분들, 대회 진행에 도움을 주신 모든 봉사자분들께도 말입니다. 작년 참가 수기에 적었던 마음은 변치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참가 자격이 있는 한, 언어학 올림피아드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한 기억뿐입니다.

2022년 9월 1일
작성 | 김강래
– 서현중학교 3학년 재학
– IOL 2022 Isle of Man 국가대표 (말 팀), 단체전 금 트로피
– APLO 2022 동메달, KLO 2022/23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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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L 2022 참가 수기 – 강한별 https://krlo.kr/iol-2022-kang-hanbyul/ Sun, 18 Sep 2022 11:49:31 +0000 https://krlo.co.kr/?p=4768 안녕하세요, 제19회 국제 언어학 올림피아드(이하 IOL)에 국가대표로 참가한, 민족사관고등학교 3학년 강한별입니다. 여러 언어 사이의 관계나, 언어가 역사 속에서 변화하는 과정 등에 흥미를 느끼며 언어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 선배가 저에게 언어학 올림피아드를 추천해주었습니다. 저는 ‘언어학’이라는 단어 자체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고, 바로 대회에 지원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한국 언어학 올림피아드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연습문제를 풀어보며, 생소한 언어들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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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19회 국제 언어학 올림피아드(이하 IOL)에 국가대표로 참가한, 민족사관고등학교 3학년 강한별입니다.

여러 언어 사이의 관계나, 언어가 역사 속에서 변화하는 과정 등에 흥미를 느끼며 언어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 선배가 저에게 언어학 올림피아드를 추천해주었습니다. 저는 ‘언어학’이라는 단어 자체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고, 바로 대회에 지원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한국 언어학 올림피아드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연습문제를 풀어보며, 생소한 언어들의 문법 규칙 등을 찾아내는 과정에 점차 매료되었습니다. 문제를 처음 볼 때에는 무질서한 말뭉치로 보이던 것 속에서 확고한 규칙과 질서를 찾아가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첫 도전에서 바로 국가대표라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당해 한국 언어학 올림피아드(이하 KLO)에서는 동상을 수상하였지만, 국가대표 선발전인 아시아-태평양 언어학 올림피아드(이하 APLO)에서는 아쉽게도 수상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고작 한 번 벽을 마주했다고 포기하기에는 언어학과 또 그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너무나 재밌었습니다. 문제를 계속해서 풀어보고, 언어학 개론서와 심화 이론서를 읽는 등의 꾸준한 연습을 하면서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2021/2022년 참가한 KLO와 APLO에서 각각 은상과 동상을 수상해 올해 맨섬에서 개최한 IOL에 국가대표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4월 중순,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선발되었다는 공지를 보고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한국 대표팀뿐만 아니라 관심사가 비슷한 전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는 것에 설레었습니다. 하지만 곧 걱정이었습니다. “내가 과연 세계의 쟁쟁한 실력자들과 경쟁할 수준이 될까?” 고등학교 3학년에 돌입하여 부쩍 바빠져 많은 준비를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틈틈이 2003년부터의 IOL 기출 문제들을 풀어보며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습니다.

7월 20일, 드디어 인천 공항에서 대한민국 대표팀과 만났습니다. 대회는 7월 25일부터였지만, 대표팀 간의 단합을 위해 먼저 런던 관광을 하기로 하여 일찍 만났습니다. (실제로 상기한 이유로 영국 관광을 하고 온 국가가 정말 많았습니다) 전날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는 여러 얘기를 나누었지만, 역시 첫 만남은 어색했습니다. 그래도 서로의 학교생활, 언어학에서의 관심사 등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미 비행기를 탈 때는 어느정도 친해졌습니다.

런던에서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팀 리더(인솔자) 형의 인솔 아래에 많은 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녔고, 그 과정에서 서로 정말 친해졌습니다. 호텔로 돌아와서는 언어학 문제도 풀어보고, 또 저의 룸메이트이기도 했던 팀 리더 형과 대화하면서 많은 이야기와 조언을 듣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24일 런던 관광을 끝내고 비행기를 이용해 대회가 개최되는 맨 섬에 도착하였습니다. 우리 대표팀이 묵는 팰리스 호텔에 도착해 체크인 줄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세계 각국의 언어가 한자리에서 들리니 정말 신기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대회 참가 이상의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대회는 1일 차에 개회식, 2일 차에 개인전, 3일 차에 문화교류, 4일 차에 팀전, 5일 차에 폐막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2일 차 개인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총 6시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문제를 보자마자 아이디어가 생각나지는 않았지만, 이것저것 묶어보고 생각하다 보니 어느 정도 풀리는 듯했습니다.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다른 문제로 넘어가 풀면서 잠시 머리를 환기해주기도 했습니다. 이번 IOL에서는 화자가 없거나, 역사적인 이유로 화자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소수 언어가 출제되었던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4일 차의 팀전은 영국 여행을 시작으로 다져진 단합심과 함께 서로 역할을 분배하여 풀었습니다. 중세 만주어가 출제되었고, 조선 시대에 작성된 만주어 교본 데이터를 이용해 문제를 풀었습니다. 팀전은 개인전에 비해 풀 문제가 많고 데이터가 방대하게 주어지는데, 그 많은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각 팀원이 서로의 역할을 다해주며 집중하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그런 노력의 결실이었는지 대표팀에서 참가한 두 팀이 금메달과 장려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각 날에 예정된 일정을 끝내면 자유시간이 항상 주어졌습니다. 주로 이 시간 동안 학교에 마련된 보드게임을 하거나, 대화를 하며 다른 참가국들과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 시간 동안만 친해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호텔에서, 이동 중에, 버스 안에서 등등 사람들과 친해질 기회가 많았기에, 초반에는 서로 대화를 하다가 일정이 끝나갈수록 점점 보드게임을 하며 더욱 친목을 다지는 시간으로 변해갔습니다. 저는 유럽권 친구들과 ‘Mao’라는 카드 게임을 여러 번 했었는데, 할 때마다 규칙이 바뀌어서 꽤나 애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마지막 날 시상식과 폐회식이 끝나고도 역시 자유시간을 가졌습니다. 한국어를 궁금해하는 친구들에게 한글과 기본적인 표현을 알려주고, 저 또한 그 친구들의 언어를 배웠습니다. 다들 그날이 마지막임을 너무나 아쉬워했고, 작별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서로서로 싸인을 받으러 다니고, 마지막 작별 인사도 하고. 저는 대한민국 대표팀 단체 티에 저와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의 싸인을 받았는데, 아직도 그 티셔츠에 적힌 이름들을 볼 때면 IOL의 시간들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이전까지는 언어학에 막연한 관심만 있었다면, IOL 이후부터는 언어학을 대학에서 전공으로 공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을 만큼 순수한 학문적 흥미와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계속해서 각종 언어나 정서법을 다룬 논문을 찾아 읽고 있을 만큼 대회는 저에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또한, 타국의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서로 간의 유대를 쌓아나가고, 다 함께 즐거운 추억을 쌓아나가는 과정은 저에게 오래도록 소중한 경험으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장소에서 다양한 국가의 새로운 사람과 교류하는 것. IOL이 문제 풀이 이상으로 추구하는 목표 중 하나입니다. 대회의 결과보다도, 5일의 시간 동안 거쳐 간 일들이 정말 의미가 깊었고, 저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이제 나이가 차 더 이상 참가자로 참여할 수는 없지만, 저에게 가장 뜻깊은 대회였던 언어학 올림피아드에 어떤 방식으로든 꾸준히 기여하고 싶습니다.

이 수기를 읽어주신 여러분들도 꼭 언어학 올림피아드에 도전해보시길 바라며, 이를 통해 소중한 추억을 쌓고 새로운 결심을 다지는 계기를 갖게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2022년 9월 1일
작성 | 강한별
– 민족사관고등학교 3학년 재학
– IOL 2022 Isle of Man 국가대표 (글 팀), 단체전 장려상
– APLO 2022 동메달, KLO 2022/23 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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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L 2022 참가 수기 – 권준혁 https://krlo.kr/iol-2022-kwon-junhyuk/ Sun, 18 Sep 2022 08:21:35 +0000 https://krlo.co.kr/?p=4745 2022년 맨섬에서 열린 제19회 국제 언어학 올림피아드에 참가했던 권준혁이라고 합니다. 작년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저는 어느 날 유튜브 알고리즘의 인도를 받아 언어학 올림피아드를 다룬 한 영상을 보고, 한국 언어학 올림피아드에 응시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때 제 나이가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가장 큰 나이이기도 했던지라, 당락에 상관없이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도 물론 있었습니다. 사실 신청할 당시에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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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맨섬에서 열린 제19회 국제 언어학 올림피아드에 참가했던 권준혁이라고 합니다. 작년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저는 어느 날 유튜브 알고리즘의 인도를 받아 언어학 올림피아드를 다룬 한 영상을 보고, 한국 언어학 올림피아드에 응시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때 제 나이가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가장 큰 나이이기도 했던지라, 당락에 상관없이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도 물론 있었습니다. 사실 신청할 당시에만 해도 제가 정말 본선까지 통과하여 맨섬 땅을 밟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KLO 내지는 APLO에서 당연히 떨어질 줄로만 믿고 있었지요. 방역 등의 이유로 인해 KLO가 비대면으로 개최된 점은 그래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대회에 함께 참가하였던 지인 몇 사람을 직접 볼 수 없었던 점이 매우 조금 아쉬웠지만, 비대면으로 치러진 만큼 더욱 편한 마음으로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문제 중에 인상 깊었던 것을 꼽자면, 아삼어에 관한 문제였을 것입니다. 이제껏 말로만 들었던 ‘능격-절대격 언어’를 난생처음으로 접하게 된 계기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문제였던 훈민정음에 관한 문제도 다소 재미있었습니다. 대회가 끝나고 몇 주 뒤 받은 결과는 실로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인 만큼 큰 생각 없이 그냥 던져 보다시피 하는 마음으로 참가했던 대회였는데, 금상을 받았다는 게 아닌가요! 아마도 그 소식을 듣고 제가 처음 한 생각은 이러했을 것입니다. ‘이야, 야단났네. 이러다가 나, 진짜 가게 되는 거 아내?’ 그래도 여전히 ‘APLO에서 떨어지지 않을까?’, ‘내가 국제대회까지 진출할 리가 없어!’ 하는 회의감이 더 컸지요. 겨울 학교를 듣던 도중에 비염 수술과 우울증이 겹쳐 많이 힘들었던 이유도 있었고요.

어찌 되었든, 지방에 살던 저는 올해 4월, 아시아 태평양 언어학 올림피아드를 치러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따로 서울 구경도 못 하고 시험이 끝나자마자 다시 내려와서 좀 섭섭하기는 했습니다. 그 대회에서 저는 1, 3번 문제만 제대로 풀었던데다, 4, 5번 문제는 손조차 대지 못했습니다. 이 까닭에 저는 ‘아, 탈락했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또 몇 주 뒤에 받은 대회 결과는 다시 한번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제가 국내 3위의 성적으로 국가대표로 선발되었다는 것입니다. 뽑히게 되어 기뻤던 감정이 당연히 우세했으나, 솔직히 일이 이렇게 커진 데에 대한 위압감과 국가대표가 되었다는 부담감도 이에 못지않게 컸었습니다.

그렇게 다사다난했던 고등학교 3학년 1학기를 끝마치고, 저는 작은누나(동행자)와 함께 방학식 당일 서울로 향하는 기차를 탄 뒤 사촌 누나의 집에서 한밤 묵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비행기를 타고 런던 히스로 공항에 착륙했는데, 북서유럽 특유의 선선한 날씨가 참 좋았습니다. 런던은 명목상 경유지였지만 사실 즐길 건 다 즐기긴 했습니다! 자랑할 것이라면 언어학도들에게 성물이나 다름없는 로제타석을 두 눈으로 직접 보았다는 것과 아이작 뉴턴, 조지 프레더릭 핸들(영국으로 귀화하기 전의 이름은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 헨리 퍼셀,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우리가 아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막내아들로 런던에서 활동하였다고 합니다)의 무덤을 방문했다는 게 있습니다.

맨섬에 대해서 제가 가지게 된 인상을 짧게 표현하자면 이것일 듯합니다. 음식은 영국에서도 그랬듯이 맛이라곤 없었고 (특히 주최 측에서 나누어 준 치즈 샌드위치나 소금 식초 맛 감자칩은 여간 충격이 아니었지요…. 다만 도시락 말고 대회 장소의 급식은 맛있었답니다!) 시설도 열악했지만 (호텔 객실에서 좀이 나오고, 변기 좌석이 고정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풍부한 문화와(아일랜드어의 친척뻘인 맨어(Gaelg)라는 지역 언어도 존재하고, 켈트 문화와 바이킹 문화, 앵글로색슨 문화의 영향을 모두 받은 지역이랍니다!) 훌륭한 경관(중세 시대 바이킹들이 처음 세운 이후 수백 년 동안 쓰였던 필 성(Cashtal Phurt ny h-Inshey)과 역시 수 세기의 역사를 지닌 대회장 근처의 러션 성(Cashtal Rosien)이 존재하며, 자연경관도 매우 아름답습니다!)을 함께 지닌 곳이라고요! 시험은 캐슬타운(Balley Chashtal, Castletown)에 있는 King William’s College라는 학교 건물에서 치러졌는데, 19세기에 건축되어서 그런지 외관이 정말 웅장하더군요!

문제는 대체로 어려웠습니다. 둘째 날에 쳤던 개인전 얘기부터 해 볼까 합니다. 5번 문제의 경우 제가 좋아하는 역사 비교 언어학 분야에 속했지만, 하필이면 음운과 성조를 대응해야 하는 문제였던 터라 거의 풀지 못했고, 2번 문제는 손조차 대지 못하였으니까요. 제대로 풀었다 싶은 문제는 1번과 4번뿐이었는데, 그중 4번은 친족 호칭 문제였는데 의외로 매우 쉬웠던 기억이 납니다! 단체전에서는 생각지도 못하게 만주어 학습 교재인 청어노걸대가 예시로 나와 정말 놀랐습니다! 그렇게 저는 평소 배우고 싶다가 너무 어려워서 포기했던 만주 문자를 단 네 시간 만에 반강제로 떼게 된 것이었습니다…!

co시상식에서 저는 개인전 동메달, 단체전 장려상이라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받았습니다! 사실 동메달 중에서도 점수가 낮은 축에 속해, 메달을 받은 게 운이 좋았다는 생각도 했지요! 하지만 솔직히 단체전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건 조금 아쉽기도 했어요. 만주어와 한국어는 나름 어순도 비슷했던 언어라서 말이죠! 어찌 됐든, 저는 이러한 성과로 제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언어학 올림피아드를 장식했습니다! 내년 대회는 불가리아에서 개최된다던데, 기회만 된다면 동행자나 어엿한 팀 조교가 되어 이 여정을 함께하고 싶어요!

2022년 9월 1일
작성 | 권준혁
– 대륜고등학교 3학년 재학
– IOL 2022 Isle of Man 국가대표 (글 팀), 개인전 동상 수상
– APLO 2022 은메달, KLO 2020/21 장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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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L 2021 참가 수기 – 정진우 https://krlo.kr/iol-2021-jeong-jinwoo/ Sun, 01 Aug 2021 10:53:36 +0000 https://krlo.co.kr/?p=3882 제가 언어학 올림피아드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작년 여름이었습니다. 막연하게 언어학에 관심이 있던 저는 그런 대회가 있다는 것을 알자마자 꽂혀버렸습니다. 홈페이지에서 IOL 연습문제를 접하고 난 뒤에는 문제를 풀어가며 규칙을 찾아내는 재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을이 되어서 한국 언어학 올림피아드 신청 공지를 보게 되었고, 지금의 제 나이가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저는 망설임 없이 지원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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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언어학 올림피아드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작년 여름이었습니다. 막연하게 언어학에 관심이 있던 저는 그런 대회가 있다는 것을 알자마자 꽂혀버렸습니다. 홈페이지에서 IOL 연습문제를 접하고 난 뒤에는 문제를 풀어가며 규칙을 찾아내는 재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을이 되어서 한국 언어학 올림피아드 신청 공지를 보게 되었고, 지금의 제 나이가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저는 망설임 없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시험장에 가지는 못하고, 집에서 온라인으로 봐야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기출문제가 아닌 실전 문제를 접하니 어렵기도 했지만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대회 결과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간신히 50등 안에 들게 되었고, 아시아 태평양 언어학 올림피아드에 참가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다음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저는 겨울 방학 동안 겨울학교와 통신 교육을 빠짐없이 챙겨들었고, 수업 시간에 배부한 자료들을 전부 풀어보지는 못했지만 최대한 많이 풀이하였습니다. 기존에 봤던 시험과 달리 이번에 보게 될 시험은 풀이 과정을 요구하기에 그 풀이 과정을 정리하는 연습을 철저히 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시험을 보게 되었고, 이전보다 훨씬 높아진 문제 난이도에 애먹기도 하였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였고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또 마지막으로 다음 기회를 얻게 된 저의 이름을 결과 페이지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상위 8명만이 다음 기회를 얻는데 제가 8등이었습니다).

이제 마지막 시험인 IOL만 남은 상황이건만, 저는 고3이었기 때문에 마냥 언어학 공부만을 할 수 없었습니다. 학교 일정에 치이며 생활하느라 IOL에는 거의 대비하지 못한 채로 시험을 보게 되었습니다. 직접 외국에 가서 시험을 보고 다른 친구들을 만날 수는 없어서 너무나도 아쉬웠지만, 서울에 모여 한국 대표들은 만나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험은 역시나 국제대회에 걸맞는 난이도였습니다. 개인전은 총 다섯 문제였는데, 저는 두 문제밖에 풀지 못했습니다ㅠㅠ. 그리고 팀전 문제에서 주어진 너무나도 많은 양의 데이터를 제대로 해석하기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주 만족스럽다고는 할 수 있을지 모를 결과였지만, 대회 기간 동안 저는 정말 재미있었고,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언어학이란 분야는 굉장히 마이너한 분야인데, 저와 같은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았다는 사실은 정말 기쁜 일이었습니다. 상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저는 정말 많은 것을 얻어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며 저는 집으로 돌아왔고, 시상식 영상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영광스럽게도, 장려상과 최고의 풀이상을 받게 되었습니다(풀었다던 두 문제 중 하나). 상을 하나도 아닌 둘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습니다. 그때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께 너무나도 감사했습니다. 저에게 정말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대회의 마무리로서는 최고의 마무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IOL에, 나중에 다른 형태로서도 관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언어학에 관심이 있는 여러분들도, IOL을 통해 많은 것을 얻어가고 무언가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2020년 8월 1일
작성 | 정진우
– 광양제철고등학교 3학년 재학
– IOL 2021 Ventspils 국가대표 (니은 팀), 개인전 장려상 및 최고의 문제풀이상 수상
– APLO 2021 동메달, KLO 2020/21 장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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